사진 출처, Edouard Taufenbach/Bastien Pourtout
‘미래의 자신’과 대화한다는 상상은 여러가지 정신적 이점이 있다.
테드 창의 고전 단편 소설 중에는 한 젊은 상인이 몇 년 후 미래로 가서 ‘미래의 자신’과 만나는 이야기가 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더 오랜 세월을 살아 현명해진 자신에게서 경고와 약속, 조언을 받는다. 그리고 그 지혜는 그의 삶을 바꾸고, 훗날 노인이 된 주인공은 젊은 시절의 자신과 만나 똑같은 지혜를 전한다.
시간 여행 시나리오는 인기가 많아서, 여러 소설 작품에 등장해왔다. 또한 영화 ‘백 투 더 퓨처’와 ‘패밀리 가이’, ‘사선을 넘어’, BBC ‘닥터 후’ 같은 다양한 TV 프로그램에도 활용됐다.
당연하게도 이런 이야기는 항상 실제 과학이 아니라, 공상 과학 소설의 영역에서만 존재했다. 하지만 만약, 물론 아주 큰 가정이지만 우리가 미래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이 질문이 매우 이상하지만,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심리학자이자 교수다. 시간 여행의 가설적 함의를 이야기하는 것이 나와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15년 동안 내가 연구한 것은 이 주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미래의 자신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해왔다. 최근 이 주제에 관한 책도 출간했다.
이 책에서 나는 ‘사람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유’를 살펴보고, ‘미래의 자신과 정서적인 연결을 개선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을 소개했다.
연구를 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종종 미래의 자신을 자신과 다른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경향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이웃이나 직장 동료 등 잘 모르는 사람을 한 번 떠올려 보자. 그 낯선 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당신에게 희생을 요구(예를 들어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한다면, 당신은 아마 거절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미래의 자신도 같은 방식으로 대한다고 가정해보면, 우리가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일(내년 여름 휴가를 위한 저축)을 하기보다 단기적인 욕망(고급 TV나 자동차 구입 등)에 굴복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자신을 파트너나 사랑하는 사람, 절친한 친구처럼 생각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정적 간극을 좁히는 한 가지 방법은 미래의 자신을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상상하는 것이다. 생생한 것은 감정과 연관되며, 감정과 연관되면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나와 내 동료들은 은행과 협력해 노후 대비 저축을 주제로 연구를 하나 진행했다. 연구 결과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의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며 노후 대비 저축을 권하면 그냥 저축 권고 메시지만 보낼 때보다 실제 저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약 16% 더 높아졌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거나, 미래의 자신이라고 가정하고 현재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로 현재와 미래의 관계를 강화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사람들에게 자신의 훗날 얼굴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가상의 대화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실제로 미래의 자신을 만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호작용은 멀지 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을 통해 보다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챗GPT’나 ‘바드’ 같은 AI 모델이 개인이 가진 삶의 경험을 학습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모델은 인간이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놀라울 정도로 똑똑해졌다. 이렇게 똑똑해진 모델은 본질적으로 예측을 통해 작동한다. 이런 모델이 수백만 명의 출생지와 학력, 성격, 인간관계, 취미 등과 같은 정보를 취합한다면, 10년 또는 20년 후 어떤 사람이 될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점은 이 모델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정확히 예측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다만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의 삶을 바탕으로 잠재적인 선택을 보여준다. 즉, 유일하게 일어날 수 있는 삶이 아니라,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지금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미래의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고 상상해 보자. 무엇을 물어보겠는가?
이 주제로 나와 이야기를 나눈 다른 사람들의 조건반사적인 반응은 대부분 저항이었다. 나는 이런 저항감이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 여기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알고리즘이 80억 분의 1에 해당하는 다양한 특징을 가진 나에 대해 예측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라는 존재는 내 생각만큼 독특하지 않으며, 알고리즘은 이미 정기적으로 제 성격, 욕구, 선택을 예측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받아들여야 했다. 내가 개인화된 ‘스포티파이’ 재생 목록을 듣거나 ‘넷플릭스’가 추천해주는 영화를 좋아할 때마다, 그 기저에는 AI의 예측이 있었다.
이러한 알고리즘이 더욱 강력해지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에 더 많이 접근하게 되면, 엔터테인먼트 취향보다 더 섬세한 예측을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알고리즘은 더 오랜 세월을 살며 현명해진 미래의 당신이 내릴 결정도 예측할 수 있을지 모른다.
“미래의 나”에게 물어볼 8가지 질문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시간 여행을 통해 미래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알고 싶은가? 비밀로 덮어두고 싶은 것은 어떤 것들일까? 그리고 만남을 포기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을 나의 관점에서 많이 생각해 왔다. 내가 미래의 나에게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것은 이랬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가족은 행복하고 건강한가요?”, “손자와 증손자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안전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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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질문을 더 많이 생각할수록 내가 미래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깨닫게 됐다.
아내와 몇몇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는데, 이런 경향은 비단 나에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닌 듯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 보니, 가장 강력한 질문은 ‘현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두 개의 자아 사이의 대화를 열어줄 몇 가지 질문을 만들었다:
- 가장 자랑스러웠던 점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 삶의 초기에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그리운 점은 무엇인가?
- 했던 일 중에서 후회되는 행동은 무엇인가?
- 하지 않아서 후회로 남은 행동은 무엇인가?
- 가장 되돌아가고 싶은 시기는 언제인가?
- 나는 지금 어떤 것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나?
- 내가 스트레스를 조금 덜어내면 좋은 일들은 무엇인가?
이 여덟 개의 질문을 미래의 자신에게 던진다고 상상해 보자. 질문을 통해 어떤 것들을 알게 되면, 지금의 생활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까?
어쩌면 이 대화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화가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시간 여행이나 최첨단 인공지능을 기다리지 않아도, 바로 답을 얻을 수도 있다. 나는 심리학 연구를 통해 잠시 시간을 내어 이 만남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의 감정적 격차를 좁히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필요한 것은 약간의 상상력이다. 그리고 지금은 낯선 사람으로 대하는 그 사람 입장이 돼보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할 허쉬필드는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과 행동 의사 결정,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지난 6월 출간된 ‘미래의 나: 오늘을 더 나은 내일로 만드는 방법(Your Future Self: How to Make Tomorrow Better Today)’의 저자이기도 하다.